아즈마 히로키, 퀀텀패밀리즈

 

퀀텀 패밀리즈

오타쿠 문화 비평가 아즈마 히로키가 무심코 생각한 것을 쓰려면 픽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첫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와 평론가 앞에 섰다. 평행우주론을 본격적으로 차용하여 문학적 서사와 버무리는 데 성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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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사람의 인생은 성취한 것, 앞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결코 성취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성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으로도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성취될 수 있었을 것의 일부를 성취한 것으로 바꾸고, 나머지를 모두 성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으로 밀어넣는, 그런 작업의 연속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다른 직업은 선택할 수 없고,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다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

 

직설법 과거와 직설법 미래의 총계는 확실하게 감소하고, 가정법 과거의 총계는 그만큼 늘어간다. 그리고 그 양자의 균형은 필시 서른다섯 살 무렵에 역전한다. 균형이 유지되던 최소한의 지점을 시나브로 넘어서면 인간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꿈보다는 오히려 가정법의 망령에 시달리게 된다. 그것은 애당초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현실에서 성공을 거둬 안정된 미래를 손에 넣는다 해도 결코 그 우울에서 해방될 순 없다. 그래서 ‘수영선수 출신 남자’는 ‘보람있는 일과 높은 연봉과 행복한 가정과 젊은 연인과 건강한 몸과 녹색 MG와 클래식 레코드 컬렉션이 있었다’해도 눈물을 흘린다. 나는 하루키의 단편을 그렇게 해석했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퀀텀패밀리즈, 아즈마 히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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