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보거트, 무성애를 말하다
- 문화생활/책과 영화
- 2020. 1. 14. 22:16
이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정상적인 사랑’ ‘대단한 사랑’ ‘멋진 사랑’에 대한 지나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거꾸로 깨달았다. 사랑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미술작품을 감상했지만, 사랑에 대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마다 매번 머릿속이 텅 빈 백지장처럼 느껴진다. ‘위대한 사랑’에 대한 지나친 강박이 우리를 필요 이상으로 피곤하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올바른 사랑은 없다. 지나친 사랑이 없듯이. 정상적인 사랑은 없다. 다만 당신과 내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나만의 사랑법’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이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을 견디는 뜻밖의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
정여울 칼럼 / 무성애를 말하다, 앤서니 보거트